조금이나마 싸게 한번 구해볼까 싶어 몇 달째 장터에 매복 중인 시계가 하나 있습니다.
Braun 손목시계인데요.
면도기로 유명한 Braun에서 손목시계를 만들까 싶으셨겠지만...
네, 있습니다!! 그것도 세계적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Dieter rams)가 디자인한 손목시계가요.
가격도 꽤 착합니다.
중고가 10 언저리면 살 수 있고 새 것으로 사더라도(직구를 통해서겠지만) 20~30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심플하면서 깔끔한 녀석인데 매물이 잘 안 보이네요 ^^;
비슷하게 생긴 건 많은데 이상하게 얘가 더 끌립니다.
중고매물이 안보이니 아무래도 블프 할인을 노려야겠어요.
'장인정신'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뼈 깎는 노력으로 한 가지에 통달한 사람이 주는 제품의 가치.
써보고 나서 재구매를 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장인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써보니 정말 좋았고 맘에 들었다.
다음에 다른 제품이 나와도 꼭 사야지'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신뢰와 믿음을 주는 대표적인 장인들이 있습니다.
제가 제품으로써 경험해본 분들만 언급하자면...
자동차 : 피터 슈라이어, 이안 칼럼
애플 : 조니 아이브
브라운 : 디터 람스
영화 : 크리스토퍼 놀란, 봉준호
관련 업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면 아마 한두 번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분들이실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분들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성공한 분들이죠.
너무 거물들이라 멀어 보인다면 조금 거리를 좁혀서...
시계수리 : 대구 공인사 박준덕 님
캐논 렌즈 수리 : 부산 z3000
세계 최고의 시계 명인 - 공인사 박준덕님
시계나 캐논 카메라 다뤄보신 분들 중에 아시는 분들 계실 거 같습니다.
공인사의 박준덕 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계수리 장인이시고 오래돼서 없는 부품을 직접 가공해서 쓸 만큼 실력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그리고 z3000님은 일반 유저였던 분이 캐논 렌즈의 핀 교정이 못 미더워 직접 시작하셨다가 전문업체보다도 잘해줘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분이고요.
중고장터에서 z3000 딱지만 붙어있어도 웃돈에 거래가 되곤 했죠.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카메라에 z3000 스티커가 붙은게 화제가 되기도...
우리 사회에 이런 사례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단 디자인만이 아니라도 성능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기여한 장인은 내/외부로 알려지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 또한 제2의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인들에 대한 인식과 대우는 아직 선진국의 그것과는 온도차가 있는 듯합니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유교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탓일까요? 자기 PR이 어릴 적부터 습관화되어있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는 아직 자기 PR에 무지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회/문화적이고 정책적인 뒷받침이 충분히 이루어져 본인의 이름 석자를 당당하게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멋들어진 작품이 나오는 미래가 곧 다가오기를 한번 상상해봅니다.
※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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